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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의 역사 표지.jpg

 김응종 지음❙발행일 2014년 9월 10일❙신국판❙488면❙값25,000원❙ISBN 978-11-5612-015-5 93900

 

 

‘나’의 베풀기에서 ‘너’의 권리로
―르네상스에서 계몽주의까지 서양 근대 사회의 ‘관용’의 변천사

 

 

어느 사회나 갈등은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 사회는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아주 잊은 듯하다. 이런 우리에게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타자의 권리를 존중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타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 즉 관용은 갈등을 해결하는 힘이다.
‘관용’이라는 관점에서 르네상스에서 계몽주의까지의 서양 근대 사회를 바라본 책 ≪관용의 역사≫가 출간됐다. 저자 김응종(충남대 사학과 교수)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관용’은 16세기에 등장한 “용인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역사 속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다. 관용도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해, ‘나’의 베풀기에서 ‘너’의 권리 존중으로 그 의미가 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해진 것은 근대에 들어 자연법과 자연권 사상이 발전하여 ‘개인’의 ‘권리’라는 혁신명인 개념이 등장한 덕분이다. 내가 어떤 종교를 믿고 어떤 사상을 가지는 것은 군주의 관용 즉 용인과 관계없이 나의 자연권이라는 인식이 시작된 것이다. 볼테르는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타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관용이 자연권임을 주장했다. 프랑스혁명기에 나온 “관용을 불관용한다”라는 놀라운 주장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관용이라는 말의 사용을 다소 주저하는 것은 관용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용서’라는 의미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수자들을 관용하라고 말할 때 그 소수자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관용하라고 하는가 하고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관용이라는 말을 이렇게 16세기식의 협소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관용의 의미가 변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도 관용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관용은 타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역사 속의 그리스도교

중세사회는 그리스도교가 지배한 사회이고, 근대사회는 ‘르네상스’와 ‘계몽주의’를 무기로 삼아 그리스도교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사회이다. 성서와 ‘자연’에 새겨진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이지만, 역사 속에 드러난 그리스도교는 불관용의 종교이다. 그리스도교 교회는 그리스도교만이 ‘진리’요 구원의 길이라고 확신하여 그리스도교에 대한 내외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중세사회는 암흑기이며, 근대사회는 이성의 빛으로 암흑을 몰아낸 사회이다. 관용의 역사는 불관용적인 그리스도교로부터의 해방의 역사이다. 이 책 ≪관용의 역사≫에서는 이단을 박해하고 종교전쟁을 벌이는 그리스도교의 모순적인 면이 집중 조명된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요 박해받은 종교라는 밝은 면만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이 보여주는 그리스도교의 어두운 면은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충격을 이성적으로 진정시키지 못하고 신앙적으로 거부하는 데에서 과거 그리스도교의 ‘불관용’이 자행되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교는 가장 관용적인 종교이지만 그리스도교인들은 가장 불관용적인 사람들이었다는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지적은 오늘날 한국의 그리스도교인들에게도 따끔한 가르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 속의 종교개혁

1517년 마르틴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은 중세 1000년을 지배한 가톨릭교회의 독점과 ‘하나’의 보편세계를 파괴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루터를 계승한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종교개혁을 ‘근대’의 출발점으로 본다. 자유와 인권 등 우리가 ‘근대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이 종교개혁에서 비롯되었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 속에 나타난 종교개혁 역시 밝은 면과 함께 어두운 면을 지니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의 역사교육은 이 어두운 면을 외면해왔다. 저자는 ‘관용’이라는 관점에서 가톨릭교회와 함께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어두운 역사를 조명한다. 프로테스탄트 교회 역시 불관용이라는 역사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루터는 양심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타자’의 양심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가 해석하는 그리스도교의 모습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구원의 길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루터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가톨릭교회와 다르지 않다. 루터의 ‘양심의 자유’는 관용으로의 문을 열기는 했으나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폐쇄적이었다. 관용의 역사에서의 루터의 기여는 제한적이다. 이 점은 루터와 함께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칼뱅을 위시한 모든 종교개혁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역사 속의 종교개혁은 해방이라는 근대성보다는 종교전쟁의 모태라는 비극적인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관용의 역사≫에서 종교전쟁을 집중 조명하고 관용은 바로 이 종교전쟁의 체험에서 나왔다는 가설을 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 속의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불관용적인 그리스도교교회를 무너뜨린 힘은 종교개혁보다는 르네상스와 계몽주의였다. 그리스도교의 지배를 받고 있던 서양사회가 잊고 있던 그리스․로마 사회의 부활을 뜻하는 르네상스, 그리고 그 르네상스의 연장이요 심화라 할 수 있는 계몽주의가 불관용적이고 미신적인 그리스도교에서 인간중심적인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투쟁의 도구였던 것이다. 고대철학자들의 자연철학, 회의주의철학, 에피쿠로스 철학 등은 근대의 관용론자들이 그리스도교 도그마의 독단을 허무는 무기가 되었다. 이신론자, 자유사상가, 회의주의자, 에피쿠로스주의자, 무신론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양심의 자유와 관용을 위한 투쟁을 벌였고, 교회는 이들을 이단 또는 무신론자라고 고발하면서 교회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으나 허사였다. 최종 승리자는 ‘계몽주의’였다. 이 책에서는 에라스뮈스, 루터, 칼뱅, 보댕, 그로티우스, 홉스, 몽테뉴, 자유사상가들, 스피노자, 로크, 밸, 이신론자들,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돌바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을 집중 조명한다. 이들의 복잡하고 난해한 사상을 ‘관용’이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분석하여 쉽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의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역사 속의 관용

관용은 근대에 시작된 근대적인 사상이다. 서양 역사에서 ‘관용’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6세기 중반의 종교전쟁 시기이다. 이때의 ‘관용’은 말 그대로 “용인하다”라는 뜻이었다. 그것은 가톨릭교회와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군주가 용인하여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하나의 신앙, 하나의 법, 한명의 군주”를 철칙으로 삼던 시대이기 때문에 두 개의 종교를 허용한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법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종교를 박해하는 것은 국가의 안정을 해치는 것이었기 때문에 국가의 안정이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다른 종교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관용은 일시적인 것이었다. 하나의 종교를 강요해도 국가의 안정을 해치지 않을 경우 그 관용은 얼마든지 철회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같은 관용의 한계는 관용을 부여한 낭트칙령과 낭트칙령을 폐기한 퐁텐블로칙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낭트칙령과 퐁텐블로칙령을 비롯한 각종 칙령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근대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관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근대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용의 역사를 다루기 위해 많은 철학자들을 등장시키면서도 전혀 철학적이지 않은 것이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지은이 김응종

1955년 대전 출생. 1978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후 1984년 프랑스 낭트 대학교에서 석사, 1987년 프랑스 프랑쉬 콩테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이래 충남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충남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인문대학장, 한국프랑스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아날학파≫(민음사, 1991), ≪아날학파의 역사세계≫(아르케, 2001),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푸른역사, 2005), ≪페르낭 브로델≫(살림, 2006), ≪서양사개념어 사전≫(살림, 2008) 등이 있고, 역서로는, ≪프랑스혁명사≫(일월서각, 1990), ≪16세기의 무신앙 문제≫(문학과지성사, 1996), ≪고대도시≫(아카넷, 2000), ≪랑그도크의 농민들≫(공역, 한길사, 2009) 등이 있다.

 

 

이 책의 구성

 

I. 인문주의와 종교개혁
1. 루터와 ‘그리스도인의 자유’
2. 에라스뮈스의 평화주의
3.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옹

 

II. 종교전쟁과 관용
4. 독일의 종교전쟁과 관용
5. 프랑스의 종교전쟁과 관용
6. 장 보댕과 관용
7. 흐로티위스의 자연법 사상
8. 토머스 홉스와 국가주의

 

III. 회의주의의 부활
9. 몽테뉴의 회의주의
10. 프랑스의 자유사상가들
11. 스피노자의 무신론과 자유
12. 존 로크와 피에르 밸

 

IV. 계몽주의와 관용
13. 계몽사상의 반反그리스도교적 기원
14. 이신론과 관용
15. 몽테스키외·볼테르·루소
16. 돌바크의 자연철학과 무신론

 

맺음말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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